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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금융 아니라 '지역금융'과…사회연대금융 출발점 다시 세우기

사회연대금융의 필요성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되었다. 문제는 왜 아직도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가다. 12월 23일 대전 호텔인터시티에서 열린 '2025 지역금융포럼'은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뤘다. 이번 포럼은 사회연대금융을 주제로, 그동안의 정책과 금융 구조가 왜 한계에 부딪혔는지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이번 포럼은 '지역금융을 통한 사회연대금융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열렸다. 논의의 중심은 필요성보다 정책의 작동 방식과 구조적 문제에 놓였다. 특히 토론에서는 기존 사회연대금융 정책이 왜 지속성과 확장성을 확보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라이프인
본 포럼에 앞서 이희준 행정안전부 지역경제국장은 사회연대금융을 단순한 금융 지원 정책이 아니라, 지역이 직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소득 양극화와 지역소멸 등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사회연대경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금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문제 의식을 공유했다. 이 국장은 "사회연대금융이 기존 금융의 틀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영역을 다루는 만큼, 지방정부와 지역금융기관,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이 함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번 포럼이 사회연대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책 대안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라이프인
▲ 포럼 발제자(왼쪽부터)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 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사무총장,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이사장. ⓒ라이프인
첫 발제에 나선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는 사회연대금융을 '보완적 금융'이 아닌 구조 전환의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사회연대금융이 기존 금융이 응답하지 못한 돌봄, 주거, 에너지, 지역 소상공인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이며, 이를 위해서는 금융 자체가 지역을 기준으로 다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연대금융은 새로운 금융 상품이 아니라,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금융 전환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사무총장은 사회연대경제 조직과 기존 금융 시스템의 불일치를 짚었다. 그러면서 중소벤처기업 금융 공급이 늘었음에도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여전히 금융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유를 성장 모델의 차이에서 찾았다. 사회연대경제 조직은 빠른 성장과 엑시트(투자‧수익 회수)를 목표로 하지 않고, 지역에 기반해 확산과 복제, 장기적 안정성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현재 금융은 이러한 특성을 평가하고 지원하도록 설계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장 총장은 사회연대금융의 회수 방식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연대금융의 회수는 조합원 확대와 출자 증가, 지역사회 참여를 통해 이뤄지는 '커뮤니티 엑시트'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사례처럼 주민 참여가 금융 회수와 확장으로 이어진 경험은 국내에서도 확인되고 있으며, 전라북도·경기도·경상남도에서는 지자체가 직접 자금을 집행하기보다 지역 중개기관과 금융 주체를 연결하는 설계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세 번째 발제에서는 상호금융의 역할이 사회연대금융의 맥락에서 다시 조명됐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이사장은 협동조합 금융의 본질을 '유무상통', 즉 돈이 있는 조합원과 없는 조합원을 연결하는 호혜·민주·지도 금융에서 찾으며, 상호금융은 애초부터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출발한 금융이었다고 짚었다.
상호금융이 최근 부동산 PF에 집중해온 현실을 도덕적 실패로 보기보다, 관계금융과 지역금융이 작동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설계된 제도와 정책 환경의 결과로 해석했다. 상호금융이 지역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 금융 역할을 수행하기보다, 수익성과 규제 환경에 따라 특정 영역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던 구조라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향후 사회연대금융의 수요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를 사회연대경제 조직에 대한 투융자로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회연대금융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뿐 아니라 지역 기반 소상공인과 생활경제 전반을 포괄하는 금융으로 확장돼야 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할 때 상호금융과 사회연대경제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가운데)김종걸 한양대학교 교수(좌장)이 발언하고 있다. (그 오른쪽으로) 토론에 참여한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소장, 김은경 바른정책 아카데미 기획실장, 김종훈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본부장. ⓒ라이프인
▲ (가운데)김종걸 한양대학교 교수(좌장)이 발언하고 있다. (그 오른쪽으로) 토론에 참여한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소장, 김은경 바른정책 아카데미 기획실장, 김종훈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본부장. ⓒ라이프인
토론에서는 발제보다 한층 더 직접적인 정책 제안이 이어졌다. 김종훈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본부장은 사회연대금융이 위험하다는 인식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험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파트너십을 통해 분산하고 다시 설계하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협동조합 출자금이 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아 금융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현실을 제도 개선 과제로 꼽았다. 또한 사회연대경제를 이해하는 금융 인력이 부족해 담보·거액 대출 위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짚으며, 금융과 현장을 연결하는 전문 인력 양성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경 바른정책 아카데미 기획실장은 "한국 금융 구조가 여전히 관치 금융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가 더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지역 재투자를 제도적으로 유도하는 장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해외에서는 일반 은행들 역시 지역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형 사회연대금융이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방금융'과 '지역금융'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지방우대금융 정책이 시중은행의 지방 활동을 평가하는 방식일 뿐, 지역금융과 상호금융을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지방우대금융이 확대될수록 지역금융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지역금융은 영업구역이 법적으로 제한된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지만, 현재는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설명이다.
조 소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지자체와 지역금융기관, 중개기관이 협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사례처럼 지자체가 지역금융과 삼각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금융위원회와 지역신용보증재단 등과의 조정 없이는 지역금융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행안부의 조율 역할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좌장을 맡은 김종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그간 사회연대금융 정책이 지속되지 못했던 이유로 정책과 제도, 인적 역량, 현장 성과가 맞물려 작동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번 포럼의 의미를 상호금융을 사회연대금융의 핵심 주체로 공식적으로 호출한 데서 찾으며, 금융을 관리 대상이 아니라 정책 파트너로 바라보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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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지역금융포럼은 사회연대금융이 왜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는지를 짚고, 지방금융이 아닌 지역금융의 관점에서 금융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행안부가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지역 금융 주체들과 사회연대금융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고 제도화해 나갈지, 후속 논의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