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가치금융 국제포럼'에서 이상진 가치기반 금융협동조합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소연 기자
한국 사회가 직면한 청년 실업, 지역 소멸, 불평등 등 복합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단순한 지원 확대가 아니라 사회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에 참여하는 가치기반 금융협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가치금융 국제포럼'에서 이상진 가치기반 금융협동조합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우리는 청년 실업, 지역 소멸, 불평등, 일자리 질 하락 같은 복합 위기에 놓여 있다"며 "사회 문제를 이해하는 금융 주체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저성장과 세수 감소 흐름 속에서 정부 중심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기반의 지속 가능한 자금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으로 제시됐다.
이 위원장은 사회연대경제 조직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닌 미래 수요를 창출하는 주체로 규정했다.
협동조합 조합원 수가 수백만명에 이르는 등 이미 상당한 사회적 기반이 형성돼 있으며, 금융이 뒤따라야 할 시장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제시된 것이 가치기반 금융협동조합 모델이다.
이는 단순히 대출을 공급하는 금융기관이 아니라, 사회주택·신재생에너지·통합돌봄 등 공공성과 현금 흐름을 동시에 갖춘 분야에 자금을 연결하는 생태계 조직 기관 역할을 지향한다.
사회주택·신재생에너지·통합돌봄 분야에 집중적으로 진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진단이다.
이 위원장은 "사회주택은 수요가 있고, 신재생에너지는 전력 판매 구조 덕분에 현금 흐름이 비교적 안정적일 수 있다"며 "통합 돌봄은 고령화와 제도 변화로 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회연대경제 분야는 정책자금과 공공 위탁 등에 의존하는 구조로 인해 필요한 시점에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예금을 기반으로 스스로 지속 가능성을 갖는 금융기관들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 모델의 제도적 기반으로는 신용협동조합(신협)이 제시됐다. 신협은 조합원이 주인인 구조와 1인 1표의 민주적 의사결정, 이익의 공동체 환원 등 가치금융과 친화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이 위원장은 "신협은 이미 한국의 금융 안에서 가장 사람에 가까이 있는 제도"라며 "이제는 생활 금융을 넘어서 사회를 전환하는 금융으로 확장할 책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운영 모델로는 ‘3+3 구조’가 제시됐다.
핵심 가치는 목적성·투명성·연대, 사업 전략은 고객 중심·임팩트 중심·생태계 지향이다. 특히 자금의 용처를 명확히 하는 ‘목적성 예금’과 자금 흐름을 공개하는 ‘투명성’이 중요한 차별화 요소로 강조됐다.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특성을 반영해 재무제표뿐 아니라 관계와 평판을 반영하는 심사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위원장은 "위험을 무시하자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금융이 더 실제적인 방식을 통해 사회적인 신뢰를 구조화하는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고객군에 집중하는 전략도 제안됐다.
사회혁신기업과 협동조합, 사회연대경제 조직 등을 주요 고객으로 설정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 위원장은 "사회연대경제 기업이 성장하면 결국 고용이 늘고 소득이 늘고 그런 것들은 또 다시 저희의 예금과 조합원을 늘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고객의 성장이 곧 금융기관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가치 금융의 선순환"이라고 했다.
자금 조달 방식에서도 기존 정책금융과 차별화를 강조했다.
사회연대경제 예산과 관련 종사자의 예금을 기반으로 수신을 확보하고, 이를 기업대출과 프로젝트 금융으로 순환시키는 구조다.
기금 위탁이 아닌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예금 기반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제도화 방안으로는 단체신협 설립이 제시됐다.
이는 이미 형성된 공동체를 기반으로 금융기관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초기부터 조합원과 자금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위원장은 "이미 다양한 전문가와 현장이 결합된 준비된 제안"이라며 "즉흥적 아이디어가 아니라 준비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의 금융이 조금 더 한 단계 진화될 수 있도록 제도의 문을 열어달라는 요청”이라며 금융당국의 제도적 지원을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가치기반 금융협동조합이 가져올 변화로 △사회연대경제 기업의 생태계 성장 △시민의 투자 참여 확대 △민간 기반의 자본 축적 구조 형성 등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가치기반의 금융협동조합은 한 조직의 꿈은 아니다"라며 "결국은 한국 사회가 돈의 방향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그 첫 번째 제도적인 실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권이 지역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고민 중이라는 입장이다.
안남기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 상호금융팀장은 "가치기반금융에 대한 논의는 상호금융이 본래의 설립 취지와 역할로 무게 중심을 다시 옮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인식 하에 금융위도 신협을 비롯한 상호금융권이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고 지역사회와 사회관계 경제 조직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팀장은 "다른 상호금융기관과 마찬가지로 신협의 타 법인의 대출을 허용하는 법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난해 상호금융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서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던 상호금융의 자금이 지역 서민에 대한 신용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여신 포트폴리오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조합의 내부통제 강화 등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왔던 폐쇄적 거버넌스의 개선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은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덕·김승원·이강일·한창민 국회의원 공공주최,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한국협동조합학회·금융과행복네트워크·한국사회연대경제 주관으로 열렸다.
2026년 3월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가치금융 국제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박소연 기자
관련기사 및 출처 : 포쓰저널(http://www.4th.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