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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 [강소 CEO]

“더 나은 세상을 바란다면, 실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가치를 말하는 사회를 넘어, 가치가 자본을 이끄는 사회를 향해

[CEO저널=한민지 기자] 모두가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말하지만, 실제 돈의 흐름은 그만큼 바뀌지 못하고 있다. 그 간극을 줄이고자 이상진 대표는 ‘가치 금융’을 이끈다.
단순히 선의에 기댄 금융이 아니다. 사회에 꼭 필요한 영역으로 자본이 흐를 수 있도록 현실적 구조를 설계한다. 현재 한국사회혁신금융의 대표이사,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 상임이사, 가치금융신협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사회의 난제들을 풀어가는 가장 또렷한 걸음들을 따라가 본다.
Q. 글로벌 컨설팅 펌과 금융지주회사에서 전략 전문가로 활동하시다가, ‘사회적 금융의 길’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A. 전통 금융과 전략 컨설팅 현장에서 일한 경험은 제게 큰 자산이었어요. 금융기관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는지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장을 깊이 볼수록 한 가지 질문이 커졌는데요.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조직들이 왜 금융 앞에서는 반복적으로 불리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담보와 단기 회수 가능성 중심의 기준만으로는 돌봄, 주거, 지역서비스처럼 삶을 지탱하는 영역의 가치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거든요. 저는 그 간극을 줄이는 일이 앞으로의 금융 혁신이라고 판단했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들을 새롭게 이어가고자 사회적 금융의 길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Q. 일반적인 금융과 사회적 금융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돈의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있습니다. 일반적인 금융이 수익성과 회수 가능성을 중심으로 자금을 배분한다면, 사회적 금융은 거기에 더해 그 자금이 사회에 어떤 필요를 채우는지 함께 봅니다.
저는 사회적 금융을 선의의 금융이라고 설명하고 싶지는 않아요. 오히려 우리 사회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영역을 더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금융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결국 핵심은 사회적 가치를 이유로 기준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금융이 잘 포착하지 못했던 신뢰, 관계, 지역성, 장기적 효과를 더 정교하게 평가하는 데 있는 거죠.
Q. 대학교 산학협력단 및 여러 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을 대상으로 재무금융컨설팅을 진행하고 계십니다. 지역마다 처한 환경이 다를 텐데, 재무적 역량의 강화를 위해 어떤 점을 중요하게 보셨나요?
A. 지역마다 산업 구조와 시장 환경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현금흐름을 읽는 힘과 자신의 사업을 재무 언어로 설명하는 능력이에요. 좋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는 금융과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거든요. 결국 조직이 어떤 수익 구조를 갖고 있고, 비용은 어디서 발생하며, 성장 과정에서 어떤 자금이 필요한지를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특히 사회적경제기업은 미션이 강한 만큼 오히려 숫자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그 부분을 가장 많이 보완하려고 했습니다. 재무제표를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원가 구조부터 투자 우선순위, 상환 계획 그리고 자금조달 시점까지 입체적으로 설계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조직이 외부 자금을 받을 때도 흔들리지 않고, 내부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경영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Q. 그리스 카르디차 협동조합은행 사례처럼 지역 금융이 외부 자원과 디지털 역량을 결합해 도약을 모색한 점에 주목하셨어요. 개별 금융의 확장과 연대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A. 앞으로의 금융은 혼자 커지기보다 연결되며 커지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역 금융은 지역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되, 외부의 자본·기술·전문성과 연결될 때 더 큰 도약이 가능해요. 지역 안에만 머물면 깊이는 생길 수 있어도 확장성이 제한되고, 반대로 외부 자원만 좇으면 지역에 대한 책임성이 약해지거든요. 중요한 건 두 축을 함께 가져가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협동조합 금융은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데요. 조합원 기반의 신뢰와 지역 밀착성을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전환과 네트워크 연대를 통해 규모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치금융신협 역시 개별 기관 하나의 성공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지역과 분야별 가치금융 조직들이 서로 배우고 연결되며 한국형 협동조합 가치기반 금융의 생태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서울특별시 미래청년일자리사업 등을 통해 청년들을 소셜벤처 현장으로 연결하고 계시는데요. 금융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이 사회적 금융 분야에 유입될 경우,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A. 사회적 금융이 더 성장하려면 결국 사람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금융 전문성을 가진 청년들이 이 분야에 들어오면, 사회적 가치를 말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투자, 심사, 리스크 관리, 데이터 분석, 상품 설계까지 정교하게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 금융이 '좋은 취지의 활동'을 넘어 하나의 전문 산업으로 자리 잡는 속도가 훨씬 빨라질 거예요.
뿐만 아니라 금융을 바라보는 시야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어요. 단지 돈을 굴리는 기술이 아니라, 돈의 흐름을 통해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 분야가 청년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커리어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기업들의 자조기금을 조성하는 것에서 시작해, 설립한 지 10년이 흘렀습니다. 초기 모델과 비교했을 때, 현재 한국사회혁신금융의 구조와 역할은 어떻게 변화했나요?
A. 초기에는 자금 접근이 어려운 기업들에게 필요한 자금을 연결하고, 자조기금을 운영하는 것이 중심이었어요. 내부에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회적 금융을 하는 기관들에게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고, 정책적으로 필요했던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현장에서 부족한 금융을 메우는 역할이 컸던 거죠. 그런데 점차 단순히 자금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좋은 사례는 만들 수 있어도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되니까요.
그래서 지금의 한국사회혁신금융은 더 입체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투자자들을 영입해서, 임팩트에 집중하는 엑셀러레이터 또는 투자회사로 탈바꿈하고 있어요. 생태계 측면에서는 400여 명 이상의 사회혁신기업가, 금융인, 산업계, 학계, 국회, 공공, 법률/회계/노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와 연결해 사람과 협력 구조를 넓혀가고 있고요. 그 연장선에서는 가치금융신협 같은 제도권 금융 모델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즉, 과거에는 부족한 자금을 공급하는 조직이었다면, 지금은 사회혁신금융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와 기준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Q. 한국사회혁신금융이 기업을 지원할 때, 어떤 측면을 중요하게 바라보았을까요?
A. 화려한 사업계획서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운영의 기본기를 보고 있습니다. 자금이 왜 필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상환하고 성장으로 연결할 것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결국 금융은 좋은 의도를 가진 계획이 아니라 책임 있는 운영을 보고 판단하거든요.
절차적으로는 일반 금융보다 현장을 더 많이 보고, 사업의 맥락도 살피는 편인데요. 단순히 담보나 외형만 보는 게 아니라 조직의 역할, 시장성, 운영 역량, 재무 구조를 함께 봅니다. 저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우리는 좋은 일을 한다”보다 “우리는 사회에 필요한 일을 이렇게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언어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금조달의 출발점이기도 하죠.
Q.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 상임이사로서 마주하는 후배 기업가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며, 이에 대해 어떤 조언을 건네시나요?
A.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에는 청년 사회혁신기업가들도 함께 하고 있는데요. 후배 기업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크게 두 가지예요. 지속 가능하게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혼자 너무 오래 싸우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입니다. 사회혁신 분야는 미션이 분명한 만큼, 오히려 시장의 냉정한 현실 앞에서 더 쉽게 지치기도 하거든요.
저는 그럴 때 두 가지를 말씀드립니다. 첫째, 미션에만 머무르지 말고 다양성을 받아들이며 창의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직은 혼자 완성되지 않아요. 외부 이해관계자와 연결되고, 다른 관점과 전문성을 받아들일 때 더 강해집니다. 둘째, 혼자 가지 말라는 것입니다. 네트워크는 명함 교환이 아니라 생존 전략입니다. 같이 배우고, 같이 연결되고, 같이 문제를 푸는 구조가 있어야 오래갈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사회혁신기업가네트워크를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함께 버틸 수 있는 생태계’로 만들고 싶습니다.
Q.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A. 자금이 집행되는 순간보다 기존 금융으로는 설명되지 않던 기업들이 실제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확신이 더 분명해집니다.
그동안 수천 건의 사회혁신기업 심사와 자금공급 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 느낀 건, 지속가능성은 담보나 단기 재무제표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때로는 기대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들을 보며 저는 오히려 새로운 질문을 하게 됐어요. 사회에 필요한 문제를 풀고 있다는 사명감, 현장에서 축적된 신뢰, 관계와 공동체의 힘이 결국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 가능성을 더 정교하게 설명하고 증명하는 것이 가치금융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GABV(Global Alliance for Banking on Values, 가치기반은행연합)의 가치기반 은행들도 이미 그런 길을 보여주고 있고요. 결국 금융은 돈을 공급하는 기능을 넘어, 사람과 조직이 자기 역할을 계속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저는 그 힘을 현장에서 확인했기 때문에 이 길을 계속 가고 있어요.
Q. 새롭게 도전하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현재로서 가장 큰 도전은 가치금융신협입니다. 가치금융신협 추진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고, 올해 안으로 가치금융신협 출범을 추진하고 있어요. 저는 이것을 단순히 새로운 금융기관 하나를 만드는 프로젝트로 보지 않습니다. 시민이 참여하고, 사회적 가치와 지역의 필요가 실제 자금의 흐름에 반영되는 ‘한국형 가치기반 금융 모델’을 제도권 안에서 구현하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현장에서 자금 수요를 보고, 컨설팅을 하고, 평가체계를 만들고, 네트워크를 조직해 오면서 한 가지를 분명히 느꼈는데요. 결국 변화는 필요성을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모여 모델을 만들고 시장에서 그 가능성을 증명할 때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사회적 금융의 핵심은 결국 사회적 조달, 즉 뜻을 같이하는 시민과 조직 그리고 기업들이 함께 자본을 모으고 그 방향을 책임 있게 결정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가치금융신협은 그 점을 현실로 만들어보는 첫 번째 그릇이에요. 사회에 필요한 영역에 자본이 흘러가도록 하려면, 먼저 그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출자하고, 함께 운영 원칙을 세우며, 하나의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성공모델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사회적 금융도 주변의 실험이 아니라 시장과 제도를 움직이는 실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가치금융신협은 하나의 기관 설립이 아니라, 더 큰 변화와 혁신의 시발점이에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앞으로 지역과 분야별로 다양한 가치금융 조직이 확산되고, 장기적으로는 한국 금융시장 안에 새로운 기준과 흐름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Q. 사회 혁신가를 꿈꾸며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요?
A. 가치를 말하는 사회를 넘어, 가치가 자본을 이끄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모두가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말하지만, 실제 돈의 흐름은 아직 그만큼 바뀌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 간극을 줄이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국에서도 시민이 참여하고 지역이 중심이 되며, 사회에 꼭 필요한 영역으로 자본이 흐르는 협동조합형 가치기반 금융이 자리 잡는 것을 보고 싶어요. 그게 가능해지면 금융은 더 이상 일부의 이익을 확대하는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의 회복력과 지속가능성을 지탱하는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지금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를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 많이 말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구조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느냐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금융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좋은 뜻만으로는 부족하죠. 사람과 원칙, 제도와 운영이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기업인들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을 지원 대상이 아니라 ‘미래의 파트너’로 봐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정책결정자들께는 가치기반 금융을 일부를 위한 보완책이 아니라 국가의 회복력을 높이는 ‘금융 인프라’로 봐주시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후배 세대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바란다면, 좋은 뜻에 머무르지 말고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더 많이 소유한 사람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흐르게 만드는 사람이 이끌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출처 : CEO저널(http://www.ceojhn.com)